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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책 이야기

[책] 당신의 아몬드를 깨워 줄 성장소설, '아몬드'

by 파란소금 202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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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점에만 가면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습니다. 뚱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던 책. 무언가 나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표지에 그려진 사람의 표정이 그리 유쾌하지 않아서 선뜻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진열되어 있는 책을 보며 잘팔리는 책인가 보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저는 다독 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 밀려 결국 읽지는 않았던 책입니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강렬했을 탓일까.. 서점 대신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 해 3년이 지나 결국 읽게 된 '아몬드'입니다.


 

 

나를 쳐다 보는 것만 같다.

 


- 책 제목 : 아몬드

- 작가 : 손원평

- 출판사 : 창비

- 초판 1쇄 발행일 : 2017년 3월 31일

초판 105쇄(발행일 : 2020년 10월 22일) 읽음

 

- 구성: 프롤로그, 1부~4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총 263p

 

 

작가소개 란 입니다.

 


소설은 누구에게나 아몬드가 있다는 엉뚱한 얘기로 시작됩니다.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를 이 얘기를 따라와 달라는 당부를 하며...주인공 윤재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짧은 프롤로그를 지나 윤재는 담담하게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합니다. 충격적인 그 날의 일을 담담하게 서술하죠. 이것이 어떤 전개인가? 독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도무지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충격적인 일을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는지 주인공 스스로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윤재를 이해하게 됩니다.


5살 때 윤재는 어린아이가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것을 보고 가까운 슈퍼 아저씨에게 아이가 죽을 것 같다고 알리죠. 보통 이런 소식을 알릴 때는 다급하기 마련인데 담담하게 말하는 윤재를 보고 그런 장난은 하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슈퍼 아저씨.

 

그러나 그 맞아 죽고 있던 아이가 슈퍼 아저씨의 아이였습니다. 뒤늦게 왜 진지하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윤재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슈퍼 아저씨. 윤재는 사실을 알려줬을 뿐인데 아저씨의 분노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데 어색한 윤재. 결국 이러한 특이성향은감정표현 불능증으로 불리는 '알렉시티미아'로 진단됩니다.  위 병은 선천적으로 '아몬드' 모양을 닮은 편도체가 작아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윤재의 엄마는 이런 윤재를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 웃는 표정 짓기, 공감하는 척 대화하기 등 주입식 교육을 시킵니다. 감정이 있는 척 보이기 위해서죠.

 

뇌에 좋다는 아몬드도 매일 먹일 정도로 윤재를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엄마가 지치지 않게 엄마의 엄마, 강건한 성격의 윤재의 할머니도 함께하며 세 가족은 담담하게 세상을 살아냅니다.


엄마의 노력으로 인해 조금은 특이한 성격을 타고났지만 평범하게 서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윤재의 가족.

이러한 생활 속에 서두에 언급한 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어떤 괴한에 의해 엄마와 할머니가 피범벅이 되는 것을 지켜본 윤재. 감정표현 불능증인 윤재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합니다. 두렵거나 공포심에 움직이지 못하는 그것과는 다른 결의 행동이었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할머니는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윤재를 사회라는 울타리에 속하게 해 주던 엄마와 할머니가 떠난 것입니다. 혼자 남아 엄마가 운영하던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윤재. 어떤 운명이 윤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속지도 똑같은 뚱한 표정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윤재의 특별함은 괴롭힘의 대상이 됩니다. 그중에 유독 윤재를 괴롭히는 '곤이'. '곤이'는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는 아이로 센 척과 허세로 자기의 약함을 숨기고 있는 아이입니다. 그런 곤이에게 윤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죠

 

아무리 위협을 해도 표정 하나 변화가 없고 본인을 무서워하지 않는 윤재를 이해할 수 없는 곤이. 고함을 지르거나 모욕을 주거나 심지어 폭력을 행사해도 윤재는 곤이가 원하는 '감정'을 드러낼 줄 모릅니다.

 

윤재의 무딤과 곤이의 날카로움은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곤이의 아버지가 개입함으로써 일단락됩니다.


시간이 꽤 지나 윤재가 운영하는 서점에 들른 곤이. 곤이는 윤재가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것을 알고 찾아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없는 환경에서(곤이는 잃어버렸던 아버지를 최근에 찾았습니다.) 악만 남아 생활을 이어왔던 곤이는 극단적으로 감정이 무딘 윤재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서점을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둘은 어느새 '친구'가 됩니다.

 

아무도 서로를 친구라 칭하지 않지만 윤재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 육상을 좋아하는 소녀 '도라'를 알게 되는 윤재. 그녀를 스칠 때마다 가슴 안에서 무언가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독자는 금방 짐작하지만 윤재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윤재의 주변인들은 윤재의 성장을 기뻐하고 축하해줍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의 학창 시절은 바람 잘 날 없는 법. 곤이의 불안정함은 또 한 번 소용돌이를 불러옵니다. 극한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윤재는 태연히 서 있었을까요? 우정이 '감정'의 싹이 되었을까요? 윤재는 본인이 가진 아몬드를 깨부술수 있을까요?

 

성장의 이야기는 윤재의 것만은 아닙니다. 달리기를 가장 좋아하는 도라에게도, 폭력적으로 비뚤어진 곤이에게도 적용되는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들은 학창 시절에 누구나 겪었을 만한 상황들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러한 공감의 토대 속에서 난해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마음을 닫았다가 열게 되는 과정을 느끼게 됩니다.

 

책의 뒤표지에서 이 책을 '영 어덜트' 소설이라고 소개하는데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다 읽고 나니 공감이 됩니다.

 

이 책은 비슷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감정의 존재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떤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큰 어른들에게는 그런 기쁨을 느꼈던 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무감정한 아이를 전면에 세워 감정의 진폭을 키우는 역설적인 재미가 있는 소설이자 빠른 전개와 간결한 문체로 몰입도를 높이는 소설 아몬드였습니다.  끝.

 

 

여전히 뚱한 녀석. 하지만 처음 봤을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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